베이비부머의 인생2막... "환갑에도 학생들 가르치고 친구들과 공 차는 즐거움"

이영희 전 국립식량과학원장 인터뷰... 공직 퇴직 후 충남대서 교수로 인생2막 펼치며 축구로 체력 관리

권오행 기자 | 기사입력 2023/01/30 [12:13]

베이비부머의 인생2막... "환갑에도 학생들 가르치고 친구들과 공 차는 즐거움"

이영희 전 국립식량과학원장 인터뷰... 공직 퇴직 후 충남대서 교수로 인생2막 펼치며 축구로 체력 관리

권오행 기자 | 입력 : 2023/01/30 [12:13]

▲ 이영희 전 국립식량과학원장

 

유난히 강추위가 잦은 올겨울, 글로벌 금리인상의 여파로 모든 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농산물과 식료품 그리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주름을 깊게 하고 있다. 반면 한우,쌀 등 산지에서의 농축산물의 가격은 크게 하락하고 있어 농민들의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장과 축산환경관리원장을 끝으로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교수로서 인생2막을 펼치고 있는 이영희(60) 충남대학교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박사)를 만나 농업,농촌 그리고 은퇴 이후의 인생2막에 대해 들어 봤다.

 

요즘 경기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만 특히 농업ㆍ농촌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현재 대한민국의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농업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 되고 있다. 농가의 평균 소득은 도시 노동자에 비해 품목별로 다르긴 하나 크게 낮은 편이며, 소농 소자본 농업인은 농가부채로 인한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축산, 시설원예 등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고, 비교적 젊은 농업인 등이 관여하고 있는 품목에서는 내수는 물론 수출이 증대하는 등 희망적인 모습도 없지 않다. 산업과 복지정책 측면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관련 종사자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국가 기본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후변화와 식량문제도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에 따른 기후변화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 있고 이로 인한 환경변화 역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현세대 인류가 기후변화의 시계를 가속시키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 해야만 한다. 특히, 에너지를 비롯한 지구자원의 급속한 소비를 최대한 감소시켜야 기후변화의 속도를 둔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인구증가에 따른 소비증가는 확대될 것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의 감소가 예측되고 과학기술과 생산기술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소비확대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는 국내의 농업생산지도도 변화시켜 지역별 주산지가 달라져 심지어는 동남아 등 열대지역의 농작물이 국내에서도 생산되는 등 큰 전환이 이루어 지고 있다. 국내 곡물과 식량자급율을 단기간에 증가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곡의 안정적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추진이 지속 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다.

→농촌진흥청은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한 직장이다. 수원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수원은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농대 등이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 농업연구지도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농촌 출신 농부의 자식으로 대학에서 농업기계공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우리나라 농업기계화를 촉진 하기 위한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계화연구소에 근무하게 된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이었는지도 모른다. 2014년 7월 농촌진흥청이 전북으로 지방이전 함에 따라 농진청 본청과 4개 소속기관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했으나,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는 현재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옛 농촌진흥청 본청자리와 구 잠업시험장(현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자리)에 잔류하여 우리나라 농업연구의 메카였던 수원 서둔동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 당시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이었던 필자는 타 기관에서 본청 건물과 부지 등을 타 용도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현재의 시설과 조직을 존치하여 그 역사적 사실을 지키는데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식량과학원은 어떤 곳이며 원장 재직 시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국립식량과학원은 식량작물,사료작물 등의 품종개량, 재배법 개선, 품질보전 등에 대한 시험·연구와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농촌진흥청 소속 기관이다. 현재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과거 수원의 작물시험장, 전북익산의 호남작물시험장, 경남 밀양의 영남작물시험장이 통합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익산의 호남작물장 자리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자리하고 있고 밀양에는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수원에는 중부작물부가 존치되어 지역별 식량작물 연구개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2014년 농촌진흥청 본청의 연구정책과장일 때 전주로 기관 이전을 마치고 9월1일자로 밀양의 남부작물부(당시 기능성작물부)장으로 승진해 주로 밭농업기계화와 노지스마트팜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하여 2015년 농진청의 최우수기관표창을 수상하고, 2016년 3월6일 농업기계공학 연구자 최초로 국립식량과학원장에 취임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쌀 산업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루미(건식 쌀가루 전용품종) 품종 개발을 추진하여 쌀가루산업 활성화의 기초기반을 마련하고,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이용한 노지 식량작물재배의 자동화, 무인화기술을 실용화 할수 있는 연구기반을 조성하여 첨단기술연구 활성화에 기여 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후배 식량정책 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국가의 식량산업은 국민들의 먹거리 주권을 최대한 확보 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하고, 이는 확고한 식량작물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지기반, 인력, 품종, 재배관리, 기계화 및 자동화, 유통 및 수확 후 관리 등 전반적인 연구개발 및 기술보급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단기적이고 가시 중심적인 식량정책은 지속가능성을 저해 할 위험이 크므로,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집단지성을 이용하여 합리적인 대안들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

 

공직 퇴직 후 인생2막을 어떻게 펼치고 있는지.

→이제 공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개인의 영역에서 가족과 공동체에 행복함을 만들어주거나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지난해부터 모교인 충남대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30여 년의 공직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사장시키지 않고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제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한 나이가 됐다. 매주 일요일 고등학교 동기들과 운동장에 모여 축구를 하며 체력을 관리한다, 축구단 이름이 ‘태풍’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번도 빠짐없이 공을 찬 게 벌써 20년이 넘었다. 덕분에 다리가 돌덩이 같이 단단하다. 환갑이 넘어서도 함께 공을 찰 수 있는 건강과 친구들이 있고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영희 박사 학력경력

학력 : 수원 수성고등학교, 충남대학교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학사, 공학석사, 공학박사

경력 : 국립농업과학원 생산자동화기계과장, 기획조정과장,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장, 국립식량과학원장, 축산환경관리원장 (현)충남대학교 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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