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환갑제자들이 만난 팔순의 수원수성고 담임 선생님황규화 전 수원 수성고교 교장, "학교는 공부하는 곳"... 한 공립고교서 평교사와 교감·교장 전부 역임하는 사례 드물어
42년 전 1980년 수원의 유일한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였던 수성고등학교 3학년 2반 담임교사였던 황규화 선생님과 제자들이 대입수학능력고사가 치러진 다음날인 18일 수원의 한 중식당에서 만났다. 1년에 한두 번쯤 선생님을 모시고 옛 추억을 되새기는 모임을 십 수 년째 해오고 있다.
선생님은 수성고등학교에서 평교사와 교감·교장을 다 역임했다. 공립학교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라고 한다.
■너는 몇반이었니? 수년 전 동창 친구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골프 라운딩을 나갔다. 오랜만에 모임에 나온 친구가 선생님을 보고 “너는 몇반이었었니”라고 물었다.
평소 등산과 당구로 체력을 관리하신 선생님이 워낙 동안이셔서 그 친구가 몰라본 것이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제자들 수원은 1979년 고교평준화가 됐다. 한 해 전인 1978년 입학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들어간 마지막 학생들이다. 이들이 3학년이던 1980년 담임과 학생으로 만난 이들이 40년 넘게 만남을 이어 오고 있다.
“그간 길러낸 수많은 제자들이 있지만 자네들은 내가 처음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아 입시지도를 했던 학생들이라 유난히 기억에도 남고 애착도 많이 간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으로 교육행정가로 종횡무진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제자들과 후배 선생님들이 많고 모임도 많다.
역사 선생님으로도 명성을 날렸지만 도교육청 장학사와 김포시 교육장 등 교육행정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분이라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황 선생님은 "회의 석상에서 평교사들을 혼내거나 싫은 소리를 한적이 없어. 나무랄 일이 있으면 늘 따로 불러 얘기했지"라며, "그렇지만 원칙이나 사리에 맞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두려움 없이 맞섰다"고 현역시절을 회상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교사는 열심히 잘 가르쳐야 한다.다른 것은 다 부차적인 문제다”라고 황 선생님은 늘 강조한다.
그가 교감, 교장으로 재임시 수성고등학교는 학력평가나 대학 진학률에 있어 늘 도내 타 학교의 부러움을 샀다. 많은 학부모들이 수성고등학교로 아들이 배정되기를 희망했다.
■참 스승님 “학창시절 많은 선생님들이 계셨지만 황 선생님처럼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준 선생님은 흔치 않았다. 질풍노도와 같던 그 시절을 잘 보낼 수 있게 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모임에 참석한 제자 이민재씨는 회고했다.
수성고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일본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당시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드문 일이었는데 학생들이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길 원했기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압도적 대다수가 참여를 희망했어. 교육청의 일부 인사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내가 직접 교육청을 찾아가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지"라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가져간 선조들의 귀무덤 등을 보고 학생들도 느낀 바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퇴직 이후 즐거운 삶을 보내려면 1980년 고3이었던 학생들은 선생님의 바람대로 잘 자라서 기업의 대표가 되고 언론사 사장이 되고 교수, 교사, 은행지점장, 공무원, 회사원 등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제몫을 다했다.
그들이 올해 회갑을 맞았다. 일부 전문직 종사자나 교수, 자영업자들을 제외한 대다수는 은퇴해서 백수가 됐다.
모임을 마무리하기 전 황 선생님은 “건강관리 잘하고, 부인 모르는 비자금도 좀 있어야 한다”며 은퇴 이후의 즐거운 삶을 위한 인생선배로서의 조언을 했다. 선생님과 제자들은 서로의 건강을 기원한 후,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흩어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마음만은 모두가 훈훈했다. <저작권자 ⓒ 경인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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